열린책들에서 나온 세계문학 모노에디션입니다. 흑과백으로만 이루어진 색상 뿐만 아니라 구성과 타이포그래피에서도 간결하고 담백한 인상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1. 그래픽 모티프
우선 표지는 <책 제목, 저자 이름, 원서 제목> 3가지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텍스트들이 왼쪽선, 중앙선, 세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동일한 위계와 힘을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왼쪽 정렬과 중앙 정렬을 함께 사용했던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선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첫 번째로 책 제목과 하단 원서 제목을 중앙으로 정렬할 경우, 책 제목이 오른쪽 저자 이름과 겹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겹치지 않더라도 고르게 나눠가진 여백을 침범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 번째로 중앙 정렬은 안정감은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오른쪽에 저자 이름이 그대로 위치한다면, 판형 전체를 봤을 때 시각적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보이는 문제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여백의 모양도 비교적 단조로워질 것 같구요.
세 번째는 책 제목 / 저자 이름 / 원서 제목에 동일한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지 않을까 합니다. 원서 제목이 각 원서가 쓰인 언어로 구성된 점이 해당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드 분석 이미지
색상과 디자인 뿐만 아니라 책 판형까지도 동일한 컨셉을 가지고 제작되었습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비교적 작은 사이즈로 설계한 책은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해보입니다. 추가로 판형이 작아진 만큼 인쇄에 들어가는 종이가 적어지니 경제적인 부분도 덜어지겠네요.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덜어내기' 였던 만큼, <색상, 서체, 띠지, 후가공, 요약글, 추천사> 등 일반적인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빠져있습니다.
뒷 표지도 앞 표지와 결을 같이 하여 상•하단 텍스트와 모노톤의 이미지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결하고 멋진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수 많은 말들로 덮여진 다른 책들 사이에서 발견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디자인이 될 것 같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 글 마무리
잘 덜어낸다는 건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채워나가는 것보다 덜어내고 백을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용기도 필요하고 이유와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결과물을 완성한 이후에 추가로 어떤 것을 덜어낼 수 있을 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