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카이브로 시작한 코뮤지엄의 잠재력은 훨씬 커졌고, 수동적인 저장소에서 능동적인 문화 선도자로 탈바꿈해야 했습니다. 예술 작품 보존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포부를 반영하여 코뮤지엄의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였습니다.
블랙 컬러를 바탕으로 형광 그린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한 명도 대비를 통해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며,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색상으로 아마 온라인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밍은 ‘CO-’로 시작하여 뒤에 'MUSEUM'이 붙는 형태입니다. 이 구조는 다양한 작품의 조합이나 분류를 전제로 한 서비스임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이 유동적이고 확장 가능한 구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로고타입을 살펴보면 두꺼운 산세리프 계열로 웨이트가 굵고, 모서리는 부드럽게 처리되어 견고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CO’ 부분은 정원 형태에 맞춰 배치되었고, 시각적으로 약간 분리되어 강조되고 있다. 뒤의 'MUSEUM'과는 다른 형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CO-MUSEUM 어플리케이션 이미지 ©Sunny Side Up
— 그래픽 모티프
아래 이미지는 프로젝트 전반에 사용되는 그래픽 모티프를 설명하는 이미지입니다. 로고타입(텍스트)의 스트로크 두께를 점진적으로 확장하여, 최종적으로는 속공간 없이 외곽 형태만 남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이는 형태의 변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줍니다. 모션으로 보여줘도 재밌을 것 같네요.
‘CO-’라는 단어 구조와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유추해보자면, 개별 텍스트가 점차 두꺼워지며 하나의 덩어리로 통합되는 과정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개념을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연결’이라는 키워드와도 잘 맞는 그래픽 모티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텍스트 두께에 따라 그래픽을 세 가지 단계 —Typeface, Word Mark, Seal Mark— 로 구분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래픽의 형성 과정을 단계별로 구조화해 제시하는 작업 방식은 참고해볼 만 합니다.
CO-MUSEUM 어플리케이션 이미지 ©Sunny Side Up
그래픽 모티프를 사용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텍스트는 단순히 제자리에서 두께만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면적을 넓혀갑니다. 이처럼 확장된 형태는 배경 그래픽으로 사용되며, 브랜드의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사용됩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확장 방식의 또 다른 변형을 보여줍니다. 앞서 언급한 선 굵기의 증가가 아닌, 물감이 흐르는 듯한 형태로 번지며 확장됩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형태를 만들어내지만, 그 표현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을 다르게 보여주는 것도 재밌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CO-MUSEUM 어플리케이션 이미지 ©Sunny Side Up
또 다른 전개 방식은 다수의 텍스트들이 불규칙하게 쌓이며 하나의 면으로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무작위성과 중첩을 사용하여 더욱 불규칙하고 우연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축적과 밀도를 보여줌으로써 아카이브되는 작품들이 누적되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그래픽들은 레이건(Ray Gun) 매거진의 실험적 편집 방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트 디렉터 데이비드 카슨이 주도했던 아날로그 기반의 급진적 그래픽 실험들이 주요한 모티프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특히 고무 도장 특유의 번짐과 중복적인 인상들을 살려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CO-MUSEUM 어플리케이션 이미지 ©Sunny Side Up
그래픽 모티프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CO-' 워드마크를 단독으로 크게 배치하는 방식은 핵심 그래픽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시각 요소 없이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CO-MUSEUM 어플리케이션 이미지 ©Sunny Side Up
— 글 마무리
그래픽 모티프를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한 고민은 늘 어렵습니다. 이번 분석을 통해 단계별로 나누어 모티프를 살펴보는 방식이나 동일한 표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해 보여주는 접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레퍼런스를 시각적 부분만 체크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상징성이나 제작 방식, 기획 의도까지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